왜 피아노를 배우지 않았을까

Posted by RAY.D
2015. 1. 19. 16:22 Ray의 단상


원래 살면서 후회하는 일이 빈번한게 인생이지만


요즘들어 자꾸 머리속을 맴돌면서 후회의 상처를 뒤집는 에피소드가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니면 유치원 때 였을것 같은데


암튼 그 정도 어렸을때 피아노를 배우다가 하루인가 만에 때려치운게 바로 그거다.


피아노 학원 선생이 피아노를 앞에두고 나와 나란히 앉아서는


내 여린 손가락을 볼펜이었는지 나무 막대기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암튼 그런 걸로


내려치던게 너무 싫었다. 오늘 처음 배우는데 어쩌라구요...


뭐 좀만하면 나무막대기가 날라와 손가락을 가격하는데 아픈것보다 치욕스러웠다.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 학원에 나가지 않았다...


요즘 어린이집 폭행사건 때문에 시끄러운 시기인데...


어린 아이에게 어떤 작은 물리적 폭행도 성인에게 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런 선생을 만나지 않았다면....나는 피아노를 어렸을때부터 계속 배웠을까?


그때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중학교때인가 당시 내가 교회을 다닐때 어린이 성가대 선생이었던 분에게


피아노를 배워보라는 어머니의 권유에 질색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사실 나는 어렸을때는 교회도 열심히 다녔고, 성가대도 오래했고, 대회에 나가 수상도 많이 했다.


지금은 노래를 너무 안해서 퇴화하였지만


그때만 해도 노래도 나름 잘했던거 같고, 음색도 좋고, 음역도 높았다. 


변성기 전이라서 그랬겠지만 왠만한 여자들 보다 고음도 깨끗했다.


암튼 요점은 내 자신도 그 성가대 선생과는 친분이 있고, 어머니와 선생의 사이를 생각해보더라도


그 선생님이 나한테 그런 폭행을 할리가 없을 것이 분명함에도...


피아노 레슨의 첫 인상이라는게.... 그런 거부를 일으키고 말았던 듯 하다..



어렸을때부터 피아노를 계속 배웠다면


나름 절대음감을 익혔을지도 모르고, 멋드러진 연주곡도 보란듯이 쳐낼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그런 누적된 음악적 역량과 관심이


나를 좀 더 어린 시절에 작곡이든 연주든 음악에 관련된 직업에 끌어들였을지도 모르고....


나름 잘나가는 작곡가가 되든, 뮤지션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서글퍼진다...